[독자 마당] 라떼와 꼰대
나는 84세다. 꼰대도 한참 꼰대다. 요즘 한국에서는 악독한 꼰대 직장상사를 일컫는 ‘고나리자’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한다. 나는 평생 나보다 나이가 많은 상사 밑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는 훼어차일드라는 전자회사에 다녔다. 30세에 품질관리 과장이 됐고 부장은 미국에서 온 29세의 백인이었다. 40세에 미국으로 이민 와 처음 일한 곳은 스왑밋의 한인 시계업소. 업주는 30대였다. 이 업주는 고객이 시계 가격을 물어보면 일단 20달러라고 말하고 그냥 가려고 하면 10달러에 주겠다고 말하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10달러라고 말했다. 젊은 업주는 내가 바뀌지 않자 ‘집에 가서 애나 보라’며 나를 해고했다. 다음엔 밤 청소일을 했다. 나의 상사는 젊은 라티노 여성이었다. 그는 변기 청소 시범을 보인 후 일을 시켰다. 새벽에 일이 끝나고 청소상태를 점검하더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 이후 LA시티칼리지에서 4년 동안 부동산 공부를 했다. 가주 부동산 시험에 합격하고 부동산일을 시작했으나 정직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LA카운티 검찰청에 취직했다. 그때가 55세였다. 직함은 범죄 피해자 도우미(crime victim assistant). 범죄 피해자에게 재판절차와 증언 방법 등을 조언해 주는 일이었다. 거기서 20년 간 일했다. 그동안 상사들은 모두 나보다 젊었다. 다 좋은 사람들이었으나 마지막 상사는 예외였다. 그는 내 사무실 옆을 지나가다가 갑자이 머리를 컴퓨터 사이에 집어 넣곤 했다. 내가 업무와 관계없는 것을 보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었다. 나는 젊은 상사의 머리를 컴퓨터로 밀어버렸다. 그리고 20년간 다니던 직장을 75세에 그만뒀다. 상사의 잘못은 나이 때문이 아니라 성품에 달렸다는 것을 부하 직원은 알아야 한다. 또 본인도 세월이 흐르면 꼰대가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서효원 / LA독자 마당 라떼 한인 시계업소 마지막 상사 그동안 상사들